"알기쉬운 컴퓨터 이야기"[36] - 버전 (version)

지난 시간의 말미에 DOS버전이니, 버전 업이니 하는 얘기가 기왕 나왔으니까 '버전'이 뭔가에 대해 좀 알아보고 지나갈까요?

버전의 스펠링은 version 인데요, 우리말로 번역을 한다면, '판(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일반 책자의 뒷부분에 초판, 재판, 삼판 등으로 표시가 되어 있는데, 책에서 말하는 바로 그 판이라는 용어 대신에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는 버전이라는 용어를 쓰는 거죠.

자, 그렇다면 version이 무슨 의미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책자의 판에 관한 의미를 알면 곧바로 이해하실 수 있을 텐데, 어떤 책이든 집필 후 처음으로 책을 인쇄하면 바로 그게 초판이 되죠. 즉 숫자로 말하면 제 1 판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이것을 버전이라는 용어로 바꾸어 말하면 version 1.0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만약 이 책이 아주 잘 씌어진 역사 교과서이어서 장장 10년에 걸쳐 판매가 되었다고 가정을 해 볼까요? 그렇지만 아무리 잘 씌어진 역사책이었다 하더라도, 출판 후 고고학적인 새로운 발견을 해서 역사의 재해석이 이루어질 수도 있는 거구요, 새로운 정부가 현대사에 관한 재조명을 통해 내용을 바로 잡아야 할 일도 있을 겁니다. 또, 새로 추가해야할 최근역사가 만들어졌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즉, 책제목이 같고 대부분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가 되었다하더라도, 이전에 발간된 책과 정확히 같지 않은 책을 추가로 발간해야할 때, 바로 판수를 올리게 되는데요, 이럴때 재판(再版)이라던가 삼판과 같은 용어를 쓰죠. 여기서 재판은 version 2.0으로, 삼판은 version 3.0으로 이해하시면 정확히 맞습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새롭고 강력한 기능이 추가될 수 도 있고, 이전에 출시되었던 버전에서 발견된 오류 - 이런 것을 컴퓨터 용어로는 '버그'라고 하는데요 - 어쨌든 잘못을 고쳐야할 일도 발생할 수 있겠죠. 그렇다고 매번 낼 때마다 이름 자체를 바꾸게 되면, 사용자들이 혼동이 올 테니까 그럴 수는 없구요. 그래서, 소프트웨어에서 버전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겁니다.

버전을 붙이는데 일정한 규정이 있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만, 대개 가장 처음 나온 것을 1.0이라고 하고, 그 이후에는 이 번호들을 조금씩 높은 번호로 매겨가는 것이 보통인데, 일반적으로 새로운 버전에 엄청나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 소수점 윗자리를 올리고 사소한 변화는 소수점 아랫자리 번호를 올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DOS라는 운영체계를 예로 든다면, 버전 1.0 에서 출발해서 1.1, 1.2, 1.3 이런 식으로 매번 0.1씩 버전이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숫자에 해당하는 버전이 있는 게 아니고, 버전 1.3에서 갑자기 2.0으로 뛸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또, 버전을 꼭 이렇게 소수 첫째자리의 숫자로만 매겨야한다는 법도 없습니다.

일례로 몇 년전까지 PC용 데이터베이스로 크게 이름을 날렸던 dBase라는 프로그램의 경우는 따로 버전을 매기는 대신에 상품명을 dBase I, dBase Ⅱ, dBase Ⅲ 등으로 바꾸어 버전을 구분했는데, 여기서 I, Ⅱ, Ⅲ 등의 숫자도 아라비아 숫자가 아닌 로마숫자를 사용했었죠.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운영체계인 MS-Windows의 경우에도 버전 3.1까지는 MS-DOS 처럼 소수를 썼지만, 윈도우95가 나오면서 부터는 그 규칙에서 벗어나서 제품이 출시된 연도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곧 윈도우95의 후속판인 윈도우98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것 역시 98년도에 처음 출시된다는 의미와 이전의 윈도우95에 비해 높은 숫자를 쓰므로써, 윈도우95보다 상위버전임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소프트웨어의 내용 개정에 관한 사항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되는 개념인 버전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이 내용은 1998년 4월 20일에 방송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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