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컴퓨터 이야기"[5] - 펜티엄, 그 이름의 유래

오늘은 좀 덜 지루하게, 프로세서 이름에 얽힌 에피소드를 말씀드리는 것은 어떨까요? 인텔사의 프로세서 모델은, 80286, 80386 하는 식으로 이름이 붙여졌었다는 말씀은 지난주에 드렸구요, 오늘은 이런 식의 이름이 80486까지 이어져 오다가, 왜 갑자기 펜티엄(Pentium)으로 바뀌게 되었는지에 관한 얘깁니다.

원래 인텔사의 장기개발계획에는, 미래에 개발될 모든 프로세서들의 모델명이, '80 어쩌구' 하는 식으로 붙여져 있었어요. 즉, 80986의 개발계획까지 이미 다, 수립되어 있었던거죠. 근데 왜, '80586'이 발표될 싯점에서 이름을 '펜티엄'이라고 요상하게 바꾸었을까요? 그리고 또 그 이후에 개발된 것들 역시, '펜티엄프로' 니, '펜티엄 II' 니 하는 식으로 이름이 붙였을 뿐, '80 어쩌구' 하는 식의 숫자로 된 모델명은 더이상 쓰이지 않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요.

제가 두 번째 시간에, 이 세상에서 생산되는 모든 PC에는, 인텔사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사다 쓴다는 설명을 드린 적이 있죠? 그 덕분에 이 회사는 큰돈을 벌었을 뿐 아니라, 영향력도 커졌는데요. 그 영향력이라는 것이 뭐냐하면, 어떤 PC회사가 올해 5 만대의 PC를 생산하겠다는 자체 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만약 인텔사로부터 5 만개의 프로세서를 확보하지 못하면, 그 계획을 변경하거나 취소해야만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겁니다. 완전 독점이니까요. 가격은 물론, 공급량까지 제멋대로니, PC 회사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 된 거죠. 또, 그렇게 장사가 잘되는 것 같으면, '나도 한번 뛰어들어 보자' 하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되는거구요.

해서 이래저래, "우리가 인텔사의 프로세서와, 100% 호환성이 있는 프로세서를 개발했다" 라고 주장하는 회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요. 대표적인 회사가 바로 AMD라는 회사와 싸이릭스(Cyrix)라는 회삽니다. 이 회사들의 주장은, "지금 당장 당신의 PC에서 인텔 프로세서를 빼내고, 대신 자기들이 개발한 프로세서를 꽂아도, PC가 전혀 문제없이 돌아간다", 이런 얘기죠. 물론 가격은 인텔 제품의 절반수준이구요. 말되죠? 더군다나 그들은, 인텔 프로세서 시장의 잠식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인텔의 각 프로세서별로 그에 대응하는 모델이 다 있었어요. Cyrix386, Cyrix486 하는 식으로요.

그러니 인텔 입장에서는 얼마나 눈에 가시 같았겠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이 회사들이 인텔의 프로세서 설계도를 훔쳐간 것도 아니니, 절도죄로 고발할 수도 없고..., 해서, 꼬투리를 잡아 낸 것이 바로 프로세서의 모델명입니다. 즉, "386이니, 486이니 하는 것은 인텔의 상표권이니까 함부로 쓰지 말라"하고 고소한 거죠. 그후 이 재판이 3~4년을 끌었다죠 아마. 근데, 결국 인텔이 패소했대요. 이유인즉, "숫자는 어떤 회사가 독점적으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상표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해요. 인텔에서 무지 열 받았겠죠? 그래서, 이른바 80586 이라는 이름의 프로세서가 발표되어야할 싯점부터, 갑자기 숫자가 아닌 이름으로 황급히 바꾸었답니다. 인텔 입장에서는, 죽 쒀서 개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거겠죠.

그런데, 여러분. 인텔 펜티엄 프로세서에 대응되는, 싸이릭스사의 프로세서 모델명이 뭔지, 혹 짐작이 가세요? 하하하... 'Cyrix586'이라나? 뭐라나. 오늘은 이 얘기까집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이 내용은 1997년 7월 28일에 방송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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